한국경제가 사면초가다. 밖으로는 세계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여진으로 수요가 줄고 있다. 경제 버팀목 격인 반도체·디스플레이·석유화학 업종 등에서 수출 감소세가 뚜렷하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TV와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서의 필수 재료 3종에 대한 한국으로 수출을 규제하고,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업계가 ‘초비상’이다.
당장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영향 등을 반영해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보다 0.3%포인트 낮은 2.3%로 하향 조정했다.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일본과의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주된 이유다. 올해 성장률은 앞서 6월 2.5%에서 2.0%로 낮춘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는 공급망을 교란시키고, 한국 기업의 대(對)일본 소재수입 능력에 불확실성을 일으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본 수출심사 절차의 복잡성, 한국 기업의 대체 공급업체 확보 능력, 무역갈등 지속 기간에 따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기존과 같은 ‘AA-’로, 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했지만, 이미 국내외 경제기구·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성장률을 줄줄이 낮춰 잡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5월 기존 2.6%에서 2.4%로 하향조정했고,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5%에서 2.0%로, 골드만 삭스는 2.1%, 노무라는 심지어 1.8%까지 낮췄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주요수출품목 가격 하락, 일본의 한국경제 옥죄기 등 대외 환경은 우리 경제에 악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똑같은 대외 환경에서 미국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8% 증가했고, 일본은 0.5% 성장률을 보였다. 우리만 -0.4%의 역성장을 기록한 건 생각할 만한 대목이다.
한국 경제가 어려운 건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2년 새 30% 가까이 오른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대표되는 급격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강성 귀족노조, 악성 규제 등이 시장의 손발을 묶고 있음을 직시해 정책전환에 나서길 촉구한다. 대외여건 악화 등으로 투자·수출 중심 성장 모멘텀이 약화된 걸 극복하고 산업구조 전반을 혁신,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한다.